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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의 착한 사람  

    산더미만한 뭉치를 바라다 보면서 한숨을 쉬어야 비로소 일은 시작된다. 아이 속옷은 삶아서 손으로 비비고 흰 옷과 색깔있는 옷은 구분해서 돌려야 한다

    탈수가 끝난 옷들을 탈탈 털어 건조대를 가득 채우고는 허리춤에 양손을 짚고 한숨을 쉰다. 빨래가 끝났다

    대개는 그 후가 쾌활하다.
    브레히트의 작품을 여태껏 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생각해 보자면 이번 공연을 관람한 것은 밀린 빨래를 끝낸 아내의 즐거움과도 같은 것이었다.

    무대는 빈틈이 없는 것처럼 꽉 짜여져 있었다. 날개를 벌린 어미새가 새끼를 껴안을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무대는 중앙으로의 집중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하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공연이 계속되면서 무대장치는 연극을 위해 세 번 정도 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쉔테와 양순의 결혼 잔칫상, 공장의 작업장, 재판정으로 쓰인 것과 그와 중간 중간의 계단에서 대사를 하는 것이 내 기억의 전부이고 그 외에는 코러스가 일어나는 장소로서 배우들(양부인이나 경찰관등의 배역이 아닌 배우들로서)이 앉아 있는 서사적 효과의 장으로 활용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항상 무대 중앙이고 무대에 관객을 집중시키는 효과는 무대의 배치 구도에 의해 더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서사극에서 무대집중에 의한 지나친 감정의 동화를 유발시키는 효과는 경계하는 요소지만 동화와 이화(소외, 소격)의 적절한 반복-무대로의 몰입과 적절한 차단의 반복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이 서사극을 보는 재미를 배가(倍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서사극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후술하기로 하자.

    공연 내내 한결같이 느끼고 감탄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정확한 발음과 발성, 발이 무대에 딱 붙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다듬어진 몸짓에서 느껴지는 절도를 통해 엉뚱하게도 나는 배우들의 각고의 수련을 상상하면서 마음속으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어느 누구 하나 나무랄 것 없는 힘있는 대사와 gesture는 그것을 보고 듣는 즐거움만으로도 훌륭한 한판의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극장의 실내등이 켜지고 시청 공무원이 무대 앞으로 다가와서 허가 없이 공연을 한다고 소란스럽게 하는 둥 캐릭터를 완전히 벗어 던진 배우와 실갱이 하는 따위의 파격적인 이화(소외, 소격)는 없었지만 브레히트가 의도했던 서사적 효과와 연출이 의도한 서사적 효과를 확인 해 볼 수는 있었다. 그 효과가 직접적이고 확실한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배역이 모자를 벗고 관객에게 전하는 전언(傳言, message), 즉 epilogue 부분이다

    관객이 브레히트와 직접 만나는 지점에 다름아니라 생각한다.

    그에 반해 그의 서사극의 목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차치(且置)하고 공연 내내 지속되는 방백과 노래(합창), 그리고 즐겨 사용한다는 재판정의 설정을 통해 브레히트는 서사를 의도했다. 연출은 무대를 통해 서사의 장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공연 내내 무대 주변에 둘러앉아 중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람객과 비슷한 입장에서 지켜보도록 한 설정은 관객이 무대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 생각하는데, 배우들의 앉아 있는 모습 자체가 objet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사극에 대한 설익은 이해 탓도 있겠지만 非아리스토텔레스극을 주창(主唱)하며 서사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브레히트가 꿈꾸었던 반역에 대해 나는 좀 회의적이다.정확히 말하자면 연극-예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을 하나의 형식 안에 가두려는 시도에 대해 회의적이라 할 수 있겠다.

    브레히트가 의도한 서사적 효과를 통해 얼마나 감정의 동화를 차단 할 수 있고 관객을 인식하게 만들고 그의 꿈처럼 그러한 인식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소위 ‘전통적’이라 할 수 있는 연극에서는 그러한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가능성은 연극의 형식에 있다기 보다는 관객의 의식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브레히트나 서사극을 전혀 모르는 친구와 함께 공연을 봤다
       (이하 생략)
TZ-SHR-200536 브레히트의 사천의착한사람 공연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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