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를 보고나서 동화적이면서 기괴한 판타지와 파시스트 치하의 비극적인 역사라는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장르를 완벽히 조화시킨 스토리와 독창적인 비주얼 및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엄청난 찬사를 받은 델 토로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판타지 영화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멕시코인이며 판의 미로 또한 멕시코에서 만든 영화이다. 델 토로가 전작 악마의 등뼈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멕시코와 스페인이 같은 스페인어권인 것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 멕시코는 스페인 내전 당시 소련과 함께 공화파(반파시스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몇 안 되는 나라로, 내전이 끝난 후 패배한 공화파들이 대거 이주해 망명정부를 수립하기도 했다. 이 정부는 1976년까지 지속되었다. 판의 미로를 제작한 길예르모 감독은 잔혹한 이미지를 즐겨 사용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진 '판타지'이기에 영화 배급처에서 홍보했던 '가족영화'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삭인 엄마와 돌아가신 친아버지, 그리고 대위인 새아버지와 오필리아. 원래 지하세계의 공주였다고, 공주로 돌아가기 위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오필리아에게 말을 건네던 판. 그런 판의 말을 듣고 오필리아는 공주가 되기 위해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한다. 이 간략한 줄거리만 보면 판타지로 보일 수도 있겠다. 오프닝에 '지하왕국의 공주 모안나가 지상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못 이겨 남몰래 올라왔다가 강렬한 태양빛에 두 눈이 멀어 지하로 돌아오지 못 하고 평범한 인 간으로 살다가 죽게 됐다'는 내용의 짧은 동화가 나레이션과 함께 나온다. 오프닝이 끝나고 배경은 현실인 1944년 스페인으로 바뀐다. 이 당시 스페인은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파시스트 군이 공화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상황으로, 공화파 잔당들은 산간지방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동화책 읽기를 좋아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 오필리아는 임신한 어머니인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산간오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파 반군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파시스트 군 장교로 악명 높은 비달은 회중시계로 시간을 체크하며 카르멘과 오필리아가 제때 오길 기다린다. 카르멘은 임신중독증을 앓고 있는 몸으로 무리하게 장거리 여행을 한 터라 건강이 더 악화된 상태였다. 장거리 여행이 이미 허약한 상태였던 카르멘에게 무리임 을 뻔히 알면서도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논리로 카르멘은 물론 그 딸인 오필리아까지 무리하게 산 속에 있는 자신의 목조 저택으로 이사를 오도록 했던 것. 비달은 카르멘의 상태를 알면서도 카르멘보다는 임신하고 있는 자신의 아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의붓딸인 오필리아에게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라 도착한 오필리아가 인사를 건네도 대놓고 무시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아무 죄 없는 농민들이 단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시스트였다. 이 장면부터 극장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낯선 환경과 무서운 새아버지에게 위축된 오필리아의 마음은 당연히 쉽게 열리지 않았다. 카르멘은 오필리아에게 "네가 그분을 아버지라 부르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쳤지만 오필리아는 냉정한 비달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죽은 친아버지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오필리아를 비달의 하녀들 중 가장 젊은 메르세데스가 이모처럼 다정히 돌보아준다. 하지만 정말 '판'은 존재했던 것일까. 오필리아가 보았던 '요정'이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 만삭인 어머니가 진통으로 고통스러워하자 만드라고라를 우유에 담궈 자신의 피를 두어방울 떨어뜨리던 오필리아는 '판'을 더이상 보지 못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갈 길을 잃은 오필리아는 '판'을 본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도 새아버지인 대위는 '판'을 보지 못한다. 오필리아는 동화책 속에 나오는 공주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너무나 어린 오필리아를 가둬두는 잔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판'과 '요정', 그리고 '판의 미로'가 열어주는 길. 이 모든 것들은 오필리아가 본 환상일지도 모른다. 견디기 힘든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몸 부림 끝에서 본 환상 말이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희생으로 공주가 되지만, 길예르모 감독은 그 장면에서 우리에게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공주가 되기 위해 힘겨운 임무를 다 수행해냈지만 마지막에 '판'이 제시한 동생의 희생을 거부함으로써 오필리아는 공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하지만 마지막 오필리아는 환상인지, 아니면 정말 그녀가 공주가 된 것인지 모를 영상 안에서 친아버지와 친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 닥치더라도 그 안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우리가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을 굳건히 지켜낼 것을- 동생을 지킨 오필리아 의 모습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을 그려낸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으로 사람 살이 찢기고 난도질당하는 잔혹한 장면들과 피칠갑한 시체들때문에 가족영화는 될 수 없었던 판의 미로. 결코 '판타지'라 부를 수 없는 '동화'같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세상의 잔혹함의 무게가 한 여린 소녀의 희생을 불러일으켰다는 것과 그 안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어쩌면 '강요'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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