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밤길을 읽고 쓸쓸한 밤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죽어가는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려는 수남이, 도둑을 잡아내는데 성공하는 용길이의 영웅적 추리, 어느 날 이 유 모르게 쫓겨나신 선생님, 매일 아침 잘 알지 못하는 한 가난한 가족을 위하여 빵을 파는 야구 신동, 이런 사람들을 묘사한 이야기의 이면, 그 깊은 속에는 작가가 진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1920~30년대, 우리나라가 가장 궁핍하던 시기, 일제가 숨이 막힐 정도로 억압과 탄압을 조여오던 그 시기에 꽃 피웠던 이 이야기들은 그 시기에 판을 치던 경향소설, 모더니즘소설과는 달랐다. 이 이야기들은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과도 같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추위에 굴하지 않고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 굳게 믿으며 살아나간다. 이들은 불합리하고 모순 된 사회에 굴하지 않고, 일제의 회유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 믿음, 동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난과 계급, 일제의 탄압에도 희망을 잃지 않던 그들을 보고 우리가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살았던 시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에 따라 우리 한국 사회도 수많은 변천 과정을 겪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헌법 제 1조에는 대한민국은 분명히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아직도 정부는 폭력으로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분산시키고 있고, 사람 사이의 계급도 제도상으로는 사라진지 오래이나 학력, 재산, 심지어 외모에 따른 차별은 은연중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있다. 이렇게 변한듯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예전과 겉치장만 달리한 요즘 사회가 결핍한 것, 하지만 이 책 속에 그려진 모든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꼽자면 바로 꿈과 더 나아질 사회에 대한 희망, 믿음이다. 요즘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꿈이 아니라 입시를 중점으로 둔 공부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서라도 꿈은 일치감치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아예 갖지 않거나, 꿈을 좇더라도 꿈을 이루기 어려운 우리 사회구조 속에서 헤메다 결국 좌절 속에 실패하고 만다. 가끔 뉴스나 잡지를 보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으나, 아주 소수일 뿐이다. 소수이기에 언론에서 그들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1920~30년대의 이 소설의 주인공들, 육체적으로는 가장 궁핍했던 그 시절에 살았던 주인공들은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정신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더 풍족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어려웠던 시대를 가끔은 혼자의 힘으로,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손잡고 헤쳐 나가는 주인공들을 보며 또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의 필요 성이다. 역사는 그냥 흘려보내고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기억하고, 수없이 되새기고, 예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한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은 지금 우리 사회와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 그때의 충격, 고통의 흔적이 묻어있다. 매일 일본 공사관 앞에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정신대 할머니들, 그리고 그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는 급기야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기까지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 우리 조상들의 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함께하고 싶다면 우리는 그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쓸쓸한 밤길을 혼자 걸어 나가야만 했던 1920~30 년대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꿈과 희망에 대한 관심이 다.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그들이 걷는 길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까마득한 밤길을 밝혀주고, 그들이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인도해주며, 그들의 꿈과 희망을 밝게 비추어줄 별이 되어야 한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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